지구대 경찰관들이 절도혐의를 받고 있는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집단 폭행한 뒤 가족들이 항의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수 천 만원을 합의금으로 건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얼버무린다" 폭행에 욕설까지, 주변 동료들은 알고도 모른 척




서울 관악경찰서는 15일, 관할 당곡 지구대 소속 김모(43) 경사 등 4명의 경찰관들이 절도사건으로 조사 중이던 서모(43)씨를 집단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서 씨는 정신 지체장애 3급 병력이 있는 장애인이다.




경찰은 10만원이 든 지갑을 훔친 혐의로 당곡 지구대에 들어온 서씨가 지난달 28일 저녁 8시 45분쯤 조사 과정에서 말을 얼버무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자, 담당 조사관이던 김모 경사가 서 씨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면서 신분을 밝힐 것을 종용했던 것으로 들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폭행을 주도한 경찰관은 1명이고, 나머지는 몸싸움 과정에서 서씨를 붙들려다가 밀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씨는 경찰관 4명 모두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서씨는 술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고, 장애 때문에 말을 얼버무리면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을 뿐 다른 행패는 부리지 않았다.




해당 경찰들은 “당시에는 피의자가 장애인인줄 몰랐고, 신분을 밝히지 않으려고 일부러 말을 어눌하게 하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결국 지구대에서는 서씨의 신분을 확인하지 못한 채 당일 22시 45분쯤 관악 경찰서로 서씨를 인계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신분을 확인해 불구속입건까지 했지만, 경찰관의 폭행 뿐 아니라 서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가족 항의, 수천 만원의 합의금 건내




서씨는 그날 폭행사건으로 정강이에 멍이 드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서 씨 가족은 지난 9일 관악 경찰서를 찾아와 폭행 사실을 알렸고, 관악 경찰서는 다음날 이들 4명의 경찰관에 대해 피의자 폭행 혐의로 직무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해당 경찰관들이 서씨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전달했다는 것.




가족들이 폭행 사실을 언론이나 인권위에 알리겠다고 하자 일이 외부로 노출되기를 염려한 경찰관들은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합의금으로 수 천만원을 건냈다. 경찰관 1인당 2천만 원씩을 마련해 총 8천만원을 서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조강현 관악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피해자측과 어제 합의를 봤다고 통보 받았지만, 그것은 참고자료 일 뿐이고 이와 별개로 수사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보도가 나간 이후에서야 이들 경찰관에 대해 15일자로 대기발령을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