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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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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도자립센터 작성일09-02-16 18:39 조회905회

본문

①소아마비와 뇌성마비




②뇌성마비의 변형을 세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기




③정형외과 의사의 고해 성사









오늘은 먼저 '소아마비와 뇌성마비'에 관한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흔히들 아이들이 발육이 늦고 잘 걷지 못하고 팔다리에 마비가 있어 보이면, 병원에 오셔서 “우리 아이가 소아마비가 있어요” 라고 했는데, 요사이는 “뇌성마비가 아닌지 봐 주세요”라고 합니다. 그 만큼 예전부터 우리의 어머님들이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잘 크도록 하는데 가장 염려했던 것이 이 병들이 아니었나 합니다. 이런 병은 소위 “다리를 절어요”라고 하는 병의 대표격인 셈이지요. 




두 병은 여러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이 병들은 모두 유전되지 않는 후천적인 원인에 의하여 발병한다는 것입니다. 소아마비는 장바이러스(enterovirus)의 일종인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의한 척수 감염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입니다. 소아마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이집트 벽화(그림)입니다. 그 오랜 옛날부터 동서양에 있어왔던 이 질병은 바이러스에 대한 경구용 백신(Sabin oral vaccine)이 1950년대 개발되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예방의 장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예방 접종이 시작되어, 1984년 이후로는 신환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천연두와 더불어 완치된 바이러스성 질환이 되었습니다.




반면 뇌성마비는 수태될 때 별다른 이상 없이 잘 수태된 태아가 엄마 뱃속 혹은 출산 후 얼마간의 시기 동안에 ①미성숙한 뇌에 ②파괴성 병변이 생겨 ③뇌손상을 입음으로 발생하는 지체의 운동 부조화 ④상태를 일컫습니다. 말이 참 어렵지요? 




'①미성숙한 뇌'의 정의가 무얼까요? 뇌는 통상 약 8세까지 성숙이 됩니다. 만 8세란 의학적으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8세까지 획득한 운동 능력 이상을 8세 이후에 추가로 더 얻기 어렵습니다. 보통 8세까지 보행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하면 그 이후에 어떤 치료를 해도 보행 능력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8세 이전에 “운동 발달 지표(DMS, developmental milestone)”를 아이가 순차적으로 밟아가도록 하는 발달 치료가 중요하며, 어떤 지표를 수행하는데 장애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 장애물을 해결하여 주어서 조속히 다음 지표를 발달시키도록 하여야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8세 이후의 뇌손상은 어른의 뇌손상, 소위 말하는 '풍(뇌졸증)'과 유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의사들은 뇌성마비의 정의를 내릴 때, 대체로 출생 후 2년 미만에 입은 뇌손상(J.Gage)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세 이후 그리고 8세 미만의 뇌손상의 경우는 뇌성마비와 뇌졸증의 양상이 혼재해있게 됩니다. 




'②파괴성 병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시면, 산전, 출산 중, 산후 요인 등 여러 원인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조산(prematurity)'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조산아는 뇌실 옆의 뇌혈관이 손상 받기 쉬운데, 이 혈관이 터지게 되면, 뇌실 주위에 백질 연화증(VPL)이 초래되어, 경직형의 양하지 마비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뇌성마비는 정의 상, 이 뇌병변이 비진행성으로 향 후 더 이상 악화를 초래할 진행성 뇌병변은 없는 상태입니다. 




'③뇌손상을 입음으로 발생하는 지체의 운동 부조화'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흔히 뇌성마비의 생리적 분류라 하여, 경직형, 불수의 운동형, 운동 실조형, 혼합형 등이 있습니다. 




'④상태'란 뇌성마비가 하나의 질병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뇌성마비는 이상의 특징을 보이는 여러 질환을 총칭해서 부르는 하나의 집합적인 용어입니다. 뇌성마비는 그 경중을 보면, 정말 극에서 극입니다. 정상적인 보행을 하여 조금도 절지 않는 사람에서부터, 휠체어에 조차 앉기 어려운 사람까지, 아이큐 200부터 100 미만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정말 잘 표현하는 사람부터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뇌성마비란 이러한 다양한 상태를 집합적으로 일컫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환자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뇌성마비와 소아마비는 신경학적 체계상 아주 다른 부위의 병변입니다. 해부학적으로 신경을 중추신경(CNS)과 말초신경(PNS)으로 구분하는데, 뇌성마비는 중추신경의 병변으로, 소아마비는 말초신경의 병변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소아마비는 말초 신경이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파괴되면, 그에 해당하는 부분의 근육만이 마르고 위축됩니다. 감각 신경은 정상입니다. 이런 분들은 한 쪽 다리가 가늘고, 근육이 처지고 힘이 없습니다. 반면 뇌성마비는 중추 신경의 병변으로 발생합니다. 특히 중추 신경이 척추에서 여러 반사들을 미세하게 조절하는데(억제 중추), 이 부분에 문제가 생깁니다. 뇌성마비 환자들은 근육이 경직이 있고, 위축은 거의 없습니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운동을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꾸 힘이 들어갑니다. 환자에 따라 감각의 이상을 보일 수 있는데, 특히 편측 마비 환자에서 마비된 팔의 감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분들은 손의 치료(재활 치료나 수술 치료) 후에 변형이 교정되었지만, 여전히 그 손을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1990년대 초반까지 소아마비 환자들이 주된 치료 대상이었다면, 그 이후로는 뇌성마비 환자들이 주 치료 대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신환이 없어진 것도 큰 이유지만, 뇌성마비 치료에 대한 의학적 발전이 결실을 보이기 시작한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