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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아있는 게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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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도자립센터 작성일09-12-29 18:37 조회9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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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희망을 쓰다' 읽으면서 되뇌인 질문









내몸은고무찰흙과도같아서




만져주는사람이어떤자세로만들어놓느냐에따라




만든자세가고통이될수도쉬는시간이될수도있다




모두가잠든시간이되면




맥박은빨라진다




한자세로오랜시간버텨내야하기에




그것도어둠속에서




-본문 중 박승일 선수가 중앙일보 이규연 기자에게 눈으로 쓴 메일 내용-




2002년 ‘국내 최연소 농구 코치’라는 타이틀로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박승일. 인생의 절정에 서서 행복감을 만끽하려는 순간 그에게 ‘루게릭(ALS)’이라는 무서운 병마가 찾아왔다.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지만 청각·촉각 등의 감각신경과 의식은 멀쩡한 병, 굳은 몸속에 살아 있는 감각과 의식을 가둔 채 평생 살아야 하는 무시무시한 루게릭병에 걸리게 된 것이다.




그는 온몸이 굳어 눈동자 밖에 움직일 수 없지만 안구마우스를 통해 눈으로 말하고 눈으로 쓰며 세상과 소통한다. 정전보다 더 무서운 건 세상에 없다는 그. 정전으로 호흡기 전원이 꺼지면 그의 삶에 막이 내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살아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마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오늘도 살아있다. 살 수 있다. 살고 싶다.'




'눈으로 희망을 쓰다‘(이규연·박승일 지음/웅진지식하우스)는 루게릭병에 걸린 그의 살고자 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절절히 담겨져 있다. 이 책은 그를 취재한 이규연 기자와 박승일 선수가 4년간 주고받은 50여 통의 이메일과 그를 지켜본 가족과 주변인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병마와 싸우는 박승일의 생생한 목소리와 이규연 기자의 능숙한 글 솜씨가 어우러져 독자를 빨아들인다.




"전 촛불이 아닌 물귀신이에요."




그는 루게릭병은 가족들의 피를 말려 같이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뜻으로 이같이 말했다. 환자 가족은 24시간 잠을 설치며 환자 옆에 붙어있어야 하지만 루게릭병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은 너무나 미비하다고 전하고 있다. 박승일 선수는 2002년 루게릭병 판정을 받고 난 후부터 루게릭병 환자 전문요양소 건립의 꿈을 품고 달려왔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곳곳을 다니며 난치병 환자의 어려움을 알리기도 했다. 현재는 1평 남짓한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지만 그는 눈을 통해 정부의 지원 수준을 비판하기도 하며 루게릭병 환자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호소한다. 이 책 또한 자신의 모습을 책에 드러냄으로써 루게릭병을 세상에 알리고 요양소를 건립하기 위해 탄생된 것이다.




'살아있는 게 행복합니까?'




책을 읽는 내내 이 같은 질문을 되뇌었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죽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며 ‘이렇게 사는 바엔 죽는 게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단연코 그런 생각을 못할 것이다. 우리가 당연한 듯 흘려보내고 있는 이 시간에도 그는 헐떡이는 숨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들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할지라도 그는 절망 대신 희망으로, 포기 대신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우린 다시 ‘희망’을 품고 달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삶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말해보라. ‘살아있어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