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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지적장애 소통구 '피플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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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1-07-28 01:32 조회1,2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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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들이 자기 얘길 하면 속이 터지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비장애인 입장에선 뭐든 '빨리 빨리' 이러니까요. 하지만 '피플퍼스트'는 지적장애인들이 천천히 느리게 간다는 게 이념입니다. 그들만의 속도로 뭐든 하는거죠."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서울자립센터) 강양희(동료지원팀)씨는 지난 8일 ‘지적·자폐성장애인의 미래’를 주제로 한 부모공개 강좌의 강사로 참석, '피플퍼스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피플퍼스트(People first)'는 세계적인 지적장애인 당사자 조직으로, 지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활기 넘치고, 거침없이 자유로운, 그러나 느긋한' 생활을 만드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강양희 씨는 서울자립센터에서 지적장애인 자조모임으로 진행되는 '피플퍼스트'에 대해 "지적장애인 당사자 운동"이라며 "피플퍼스트의 이념은 우리 일은 우리가 결정하고 우리들의 속도로 느리게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 씨는 "'당연한 말이 무슨 이념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적장애인은 보통 자신이 아닌 엄마나 선생님, 시설장 등이 결정해줬기 때문에 당연한 게 아니였다"며 "피플퍼스트는 뭐든 지적장애인 당사자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6월 3명으로 시작한 서울자립센터의 피플퍼스트는 현재 15명까지 확대됐다. 모두가 성인 지적장애인피플퍼스트 회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모임을 갖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먹고 싶은 간식들을 사서 직접 준비하고 모여 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요즘은 오는 10월 15일 열리는 송파지적장애인대회(가칭)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이들의 보조 역할을 해주는 서포터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까진 최대한 나서지 않는다.











피플퍼스트를 소개하는 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피플퍼스트를 소개하는 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포터인 강 씨는 "속이 터질때도 있지만 피플퍼스트지적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가는 것이고, 지적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운동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그러면서 시설이나 다른 어떤 곳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게 피플퍼스트"라고 전했다.
강 씨는 "지적장애인들은 자신들 자체적으로 모여서 놀러도 가고, 회원이 안나오면 직접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며 "피플퍼스트 자체 프로그램은 없지만, 지적장애인들이 같이 지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역량강화"라고 강조했다.
강 씨가 생각하는 지적장애인의 서포터, 또 부모님의 자세는 무엇일까. 실제 지적.자폐성 장애인인 쌍둥이 자녀의 엄마인 강 씨는 "온정적인 사고방식은 금물"이라며 "지적장애인들이 자기 결정을 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만 떠먹게 하는 것은 당사자 운동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사자 힘을 길러주지 않고 당사자들이 어떤 차별을 받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한 얘길 하지 못하게 한다면 지적장애인을 바라보는 이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강 씨는 "자폐성 장애인들이 사회성이 잘 안돼 혼자 있는데,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 사이에서 물이 갈리듯 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관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아직 숙제로 남는다"고 말했다.
피플퍼스트 리더인 서영우 씨는 "지적장애인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함께 해야 하고, 지적장애인도 변화를 추구해 나갈 때"라며 "지적장애인이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려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