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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사회 경험' 요구하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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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3-02-27 19:01 조회1,3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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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가운데 경험(經驗, Experience)이란 것은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다방면으로 부딪쳐 보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차분히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어느 샌가 모르게 여러 가지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 이 글을 읽는 불특정다수의 독자들에게 부탁드리려 한다. 바로 “장애인에게 경험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앞서 말했듯 경험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남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고, 가치를 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는 많은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학교를 나왔고, 그 곳에서 어떤 학문을 배웠는지, 더불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묻는다. 이 같은 장면은 기업에서 구인을 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행위이다. 그러나 현 세대는 어떠한가? 기업이 취하는 정당한 행위로 인해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구직자들은 속된 말로 피 터지게 싸우고 있지 않는가? 한마디로 ‘스펙 전쟁’을 매일 치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싸움을 장애인에게도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장애인도 사람이고, 평등한 사회경쟁 속에서 인정받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향해야 할 일이나 경쟁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현 시대 구조상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며 어떤 분야이든 상대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인 비장애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경험 부족이란 이유로 장애인이 내쳐지는 현상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장애인의 문제점은 ‘경험 부족’이 아니라 ‘기회 부족’이다.
사회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수조차 없는 여건과 환경에서 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느냐며 애달파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정말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사회 경험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들에게 경험 부족을 이유로 무시하는 풍조가 있다.
“넌 이걸 못해봐서 내 말을 실감하거나 이해할는지 모르지만…….”이라고.
이렇게 말을 이어갈 때면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에 관여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장애인은 이미 비장애인이 겪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이 분야로만 따지자면 이 세상 많은 비장애인들은 ‘장애 문외한’이지 않은가.
모든 세상사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