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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등급 폐지 이후 서비스 전달체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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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12-04 19:35 조회7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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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자체가 등급제로 연결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등급만 받고 서비스는 신청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였는데, 새로이 종합서비스 판정을 받게 되면 장애 판정에 서비스가 포함되므로 재판정을 통하여 서비스 조정이 가능해진다.

물론 등급은 서비스를 위한 것이었지만 의학 판정만을 보고 서비스를 주는 것은 과거도 역시 아니었다. 경제적 형편을 고려한다는 것이 부양의무제나 소득정도를 보았다.

종합판정은 의학적 판정과 근로능력 판정, 복지욕구와 환경 판정으로 나누어진다. 이는 수차례 시범사업에서 해 온 방식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그럼 어떤 사람은 의학적인 것만 보고 취업 등의 서비스는 받지 않겠다고 하면 가능할까? 종합이기 때문에 통째로 받아야 한다.

근로능력은 장애 정도를 보기 위한 것인지, 직업재활의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불명확하다. 근로능력이라는 것이 신체적 기능을 보는 것으로 지능과는 무관하며, 장애인에게 직업적으로 생산력이 부족한 존재를 각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차피 취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조사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고용의 문제를 복지차원에서 정비가 된 것도 아닌데, 판정 단계에서 주도하는 것은 정치적이다. 근로능력은 손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기능상실로 기술방법만 다를 뿐 의학적 판정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리가 절단되었다’와 ‘걷지 못한다’는 표현상의 차이로 사회적 제약을 장애로 보는 사회적 모델보다는 의학적 모델의 고수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판정의 기초가 이루어지고 나면 서비스를 부여할 것인가를 판정하기 위해서 장애인 서비스 지원 조사표를 가지고 판정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의학-근로능력-환경의 조사라는 단계와는 무관하게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다.

영역1 기본정보는 성명 등을 기록하고, 조사의 정보활용 동의서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장애 정도와 장애 원인을 적는다. 장애 원인은 그 동안은 장애를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그 장애가 꾀병이 아님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원인을 보고 장애를 판정하는 것은 손상의 결과를 보고 판정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기본정보는 신체 상태를 적고, 건강상태를 조사한 다음 보장구 사용여부를 조사하고, 보행장애가 있는지를 조사한다.

여기서 신체장애는 지체장애인 영역만 적고, 건강상태에서는 내부장애가 일부 조사되지만 고혈압, 당뇨와 같은 질병과 같이 조사되며, 정신적 장애나 감각장애는 전혀 적는 내용 없이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영역 1 기본조사의 세부 영역으로 환경조사를 하게 되는데, 가구특성, 주거상황, 사회활동, 교육활동, 근로취업, 건강상태(상 중), 경제상황을 조사한다.

이는 활동보조 서비스에서 추가급여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다른 서비스의 고려 요인으로 맞춤형으로 추가 서비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통제를 부양의무 외에 다른 여러 환경을 부양의무처럼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조사 영역 2는 복지욕구 조사로 1. 소득(각종 수당), 2. 의료, 3. 주거, 4. 교육, 5. 근로, 6. 이동, 7. 일상생활, 8. 감면, 9. 세금 공제, 10. 문화 여가, 11. 기타(정보제공, 인권상담 등) 사항을 체크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보가 부족하여 장애인이 체크를 하지 않을 경우도 있고 서비스 종류가 많으니 대답을 하다 보면 지적 장애인은 원치 않는 시설 입소 희망자로 둔갑할 수도 있다. 단순 서비스 유형을 나열하여 놓고 ‘예, 아니오.’의 대답만 체크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한 정보제공도, 복지욕구도 조사할 수 없다. 가부만 물으면 욕구조사라는 생각은 너무나 위험하다.

영역 3은 서비스 필요도를 조사하는 영역으로 다시 3개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3-1 일상생활 평가는 현재의 활동보조 서비스의 인정조사와 흡사하다. 단지 장애 특성을 고려한 가점도 없으며, 인정조사표에서처럼의 배점도 없다. 단지 특이사항만 적게 되어 있어 서비스 지원 시간에 대한 합산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 등급 구간 점수제로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수단적 일상생활에서 15세 이상은 가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성인이 아니므로 수단적 일상생활에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수단적 생활의 양이 적고 오히려 성인에게 더 많은 수단적 지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신중하게 논의해 보아야 한다. 현재처럼 지원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지원하면 되지 15세 이전은 점수를 상향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3-2 조사는 장애특성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는데, 다양한 장애 유형의 특성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장애 특성을 마치 뇌졸중 환자나 정신장애인처럼 조사하게 된다.

시간과 장소를 인지하는지, 설명을 이해하는지, 주의력이 있는지, 위험은 인지하는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가 되는지 등을 상중하로 표기하게 되어 있는데, 상당히 주관적이고 형식적이면서 비전문적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각각 항목별로 전문 조사지가 필요한 것이다. 정신적 기능으로 환각, 의욕상실, 피해의식, 강박 등을 조사하고, 행동 특성으로 발작, 상동행동, 나가고 싶어함 등을 조사하게 되어 있다.

이 역시 너무나 간단하게 상중하 또는 특이사항을 적는 것이 전부여서 전문적 진단이나 객관적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외출하고 싶은 욕구가 잘못하면 정신행동 이상으로 처리될 수도 있겠다.

3-1 기본은 신체장애 위주로 3-2 장애 특성은 활동보조 서비스 욕구와 지적 장애 조사를 하고 있어 왜 지적장애는 기본 조사가 없는지, 모든 장애인이 지적장애 특성이 있는지 필요 이상의 조사를 장애특성으로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3-3 재활영역은 무척 넓은 것이 재활영역인데, 직업재활에만 한정하여 조사하고 있다. 직장에서 의사소통 능력, 이동능력, 손의 기민성, 업무의 이해도, 신체적 근로능력 등에 단순히 문제가 있는지 주관적으로 기술할 뿐이며, 장애를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하여 표기하고 있어 그 기준은 또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3-3-2에서는 발달재활 영역이 있는데 이는 지적장애인의 문제행동을 조사하는 것으로 매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조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활동을 시간표로 만들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활동보조 서비스에서의 표준활동계약처럼 되어 자율적 행동을 저해하거나 행동을 관리 통제하는 도구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영역 4는 공공 또는 민간 서비스 의뢰 목록을 적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서비스는 의뢰가 있어야만 가능해지고, 의뢰를 받았으나 대기자가 되어 사실상 서비스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판정과정만 고생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충분한 서비스가 아니라 서비스 기관의 역량이나 재정에 의해 서비스가 결정될 수도 있는데, 정부는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의 확충과 전달체계는커녕 현재의 서비스 총량조차 조사한 바가 없다.

수도관 설치가 되어 있지 않고 상수도 처리장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가정에 물을 공급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소득보장에 장애정도를 반영하지 않았는가?

현재 정부가 일부 공개한 자료만으로는 조사를 점수로 하는 것인지, 주어지는 서비스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조사 항목이 서비스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항목이 체크되면 무슨 서비스가 가능한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지는 않고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면서 장애인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을 비공개적으로 절차만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단지 예산의 변화 추이를 보면 소득보장과 장애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과거 연동과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만 확인될 뿐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는가?

등급에 의한 그룹, 즉 집단별 맞춤형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것이 불합리했다는 것인데, 등급을 나타내지만 않았지, 집단 그룹별로 맞춤형을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개별화된 맞춤형이 아닌 이상 그 환경을 좀 더 조사한다고 하여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공정과 억울한 사람만 더 늘어날 뿐이다.

직접지불제와 개별 예산제

정부나 보사연이 마련한 장애인종합판정체계에는 직접지불제나 개별 예산제에 대한 고려가 없다. 단지 일부 연구진 참여자가 장애인계의 요구와 시대적 변화를 고려할 때, 또한 등급을 폐지하고 서비스 공급을 하면서도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려고 하면 앞으로 고려해 볼만한 제도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1015년에 시범사업을 하고, 2016년에 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정부로서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못하며 우리 장애인들은 또다시 판정대에 올라야 하는 염상섭의 소설에 나오는 ‘표본실의 청개구리’ 신세가 되어야 할 운명을 맞게 되었다.

장애 등급제가 집단화하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충분한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였고, 등급제 자체가 서비스의 기준과는 사실상 무관함이 밝혀진 이상 등급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같은 손상의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능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장애는 등급이 아니라 모두 각자 개인화된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장애 원인을 기초로 등급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의학적 판정은 복지 서비스와 전혀 무관하며 오로지 의학적 서비스에 영향을 줄 뿐이다.

정부에서 종합적 판정을 통하여 모든 서비스를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 서비스의 배급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전문 서비스 기관의 평가나 판정도 존중되어야 하는데, 단순 상중하 정도의 질문으로 서비스 양을 측정해버린다면 공급자 중심의 고착화가 심화 될 것이다.

장애인 등급을 폐지한다면 최하선의 장애만 의학은 보면 된다. 그 외의 문제는 활동영역이나 욕구 영역에서 모두 체크되고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서비스 판정 도구는 보다 표준화된 전문 조사여야 하고, 한꺼번에 해치우는 평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금지급이나 감면 등 경제적 지원은 경제 활동의 불리에서 오는 소득 보전의 문제이므로 평가도구를 만들기 전에 서비스 대상 선정 조건부터 등급제 폐지를 고려하여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기준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평가만 이야기하고 있어 도대체 무슨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직업적 평가 즉, 근로평가는 복지 분야에서 원스톱으로 하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미국재활법에 의한 직업의 재활의 유무라는 기준에서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이원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환경이 다름을 고려하여 재고하여야 한다.

노동부나 공단과 병합이 되고서 고민할 문제이거나, 수급자에서 탈출할 경우의 불이익을 제거한 다음 고려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각종 서비스의 욕구 조사표가 아닌 서비스의 적격 대상 선정 기준표가 있어야 논의라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연구 수준과 정보로는 그 동안 수 년 간 연구한 시범사업의 판정체계를 다시 한 번 정리한 것에 불과하며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이를 연동하고자 하는 무리한 연결만이 보일 뿐이다.

지체장애인은 의학적 판단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정신적 장애인은 심리적 진단을 재활영역이라는 이름으로 받게 될 것이며, 감각장애인은 어디에도 적용이 되지 않아 특성을 고려 받지 못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장애등급은 폐지되어야 하고, 폐지 이후 진정한 서비스의 올바른 공급을 위해 개별 예산제를 실시하든, 아니면 적절한 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할 도구를 제대로 만들든지 할 문제이지 그렇다고 등급제 폐지를 다시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