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콘텐츠 바로가기


위기의 준극빈층 실태 “살길이 막막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명도자립센터 작성일04-12-27 11:44 조회1,458회

본문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11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 할머니(73)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몇개월 전까지만해도 일용잡부로 월 70만~80만원을 벌던 큰아들(42)이 경기 불황으로 수개월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작은 아들이 보내주는 20만원으로 큰아들과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퉁퉁 붓는 등 아픈 곳이 많은 김할머니는 의료급여 지원이라도 받을까 해서 구청으로, 동사무소로 찾아다녔으나 아들이 있어 자격이 안된다며 거부당했다.









경북 포항에서 공공근로와 식당일을 하는 이모씨(60·여·용흥동)는 6년째 임파선 결핵을 앓는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 월 70만원 남짓한 이씨의 수입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조차 내기에 빠듯하지만 월 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인 61만원(2인가구)을 넘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해 정부 지원도 받지 못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박모 할머니(70·평동)는 요즘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박할머니는 “정년퇴직한 남편과 사별한 뒤 방 4개를 세놓아 받는 월세 1백만원이 수입의 전부인데 이마저 재산세·병원비로 내고 나면 생활비로 남는 게 별로 없다”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부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겨우 넘는 ‘차상위계층’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준빈곤층으로 가장이 실직할 경우 언제든지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현황 파악 엉터리=차상위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전국의 차상위계층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어 내년 4월쯤 결과가 나오면 좀더 체계적인 통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각 시·군이 연례적으로 해오던 저소득층 조사 때마다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금융자산, 수입 등 사생활을 알려주기만 하고 지원은 받지 못해 조사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많아 얼마나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시·도별 자체 조사기준도 들쭉날쭉하다. 광주시와 대구시가 차상위계층을 각각 13만명, 3만명으로 잡고 있는데 비해 부산시와 강원도의 경우 각각 4,000명, 50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제주시 사회복지사 김모씨는 “기초생활대상자보다도 더 못한 생활을 하는 독거노인이나 어린이들이 많은데도 이들이 호적상 보호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차상위계층 선정대상에 이런 사례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는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만큼의 생계·주거급여와 함께 의료·교육급여 등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차상위계층은 최소한의 생활이나마 보장하는 이같은 안전망조차 없다.









일당 2만~2만8천원의 자활근로사업이 고작이다. 의료급여 지원 규정이 있지만 만성질환으로 6개월 이상 장기간 치료를 요하거나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경우에만 의료비의 85~100%를 지원해 줘 중증이 아니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7월부터 지난 15일까지 2,342가구에 생계비 60만원씩 지원하는 등 올들어 각 지역 공동모금회와 자치단체가 복권기금으로 차상위계층에 대해 <빈곤가정 위기지원사업>을 각각 한시적으로 실시했지만 일회성이다.









◇정부는 뒷전, 지자체들이 나서=정부는 내년 4월쯤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는 무엇보다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의 사회복지운동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국장(40)은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가 1백23만원은 돼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벼랑끝 극한생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상당수 차상위계층을 사회안전망에 편입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최저생계비를 현실화시켜야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차상위계층에 대한 교육비와 의료비·주거비 등의 지원책이라도 속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IMF 경제 위기 때 일시적으로 시민체전을 중단하거나 민간보조금 절감운동을 시행했던 선례를 적용, 사회단체 보조금 등 민간 이전 관련 예산을 일시적으로 깎아 생활안정 지원을 하는 등 자치단체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